인터넷 익스플로러

"The web is a beautiful place, and Internet Explorer is here to take you there."

— 윈도우에 탑재된 기본 브라우저로서 한때 세상을 연결해 주던 IE의 화려했던 시절 슬로건.

다른 브라우저(Chrome 등)를 처음 다운로드하기 위한 윈도우 기본 껍데기 도구이자, 대한민국 전자금융 생태계를 액티브X(ActiveX)라는 식물인간 상태로 가둔 사악한 가석방 불가 빌런. IE가 공식 사망 선언을 내렸던 그날 밤, 전 세계 모든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의 평균 예상 수명이 최소 5년은 연장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1. 개요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줄여서 IE)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유서 깊은 웹 브라우저다. 윈도우 95의 독점적 운영체제 번들 파워를 무기로,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넷스케이프(Netscape)를 단숨에 수장시키고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95%라는 신화적인 독점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경쟁자를 죽인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의 단꿈에 젖어 무려 5년간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전면 방치하는 기행을 부리면서, IE는 온갖 보안 버그와 표준 미준수의 상징으로 타락했다. 훗날 구글 크롬이라는 막강한 전차가 등장하자 맥없이 패권을 넘겨준 끝에, 2022년 완전히 서비스가 종료되며 역사 속 무덤으로 쓸쓸히 직행했다.(...)

2. 독점이 낳은 괴물, 그리고 수많은 희생양들

2.1. 개발자 고문의 대명사, CSS/JS 표준의 파괴자

IE는 전성기 시절 세계 표준 단체인 W3C의 규격을 콧방귀 끼며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기괴한 규격(IE 독자 해석 엔진)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크롬이나 사파리에서는 우아하게 한 줄로 구현되는 레이아웃이, 구형 IE에서는 사정없이 뭉개지고 글자가 깨져 나오기 일쑤였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은 오직 IE 호환성을 맞추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if IE 6]> 같은 조건부 주석과 해킹 소스코드를 발라야만 했다. 특히 플렉스박스(Flexbox) 지원이 처참했던 IE 10 이하 버전과의 전쟁은 전 세계 웹 개발자들을 분노조절장애로 인도하는 확실한 급행열차였다.1

2.2. 한국 금융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액티브X (ActiveX)

한국 정보통신(IT) 역사에서 IE는 특별한 악마의 도구였다. 구형 정부 공공 시스템과 보안 솔루션사들이 IE의 비표준 플러그인 확장 기능인 ActiveX를 맹신하여 온갖 암호화 키보드 보안, 공인인증서 프로그램을 유저 컴퓨터에 강제 주입하게 만들었다. 이 비표준의 늪 덕분에 대한민국 웹 생태계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글로벌 웹 표준 트렌드를 밟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고립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2

3. 인터넷 익스플로러 관련 유구한 조롱 밈

3.1. 항상 늦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짤방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지독한 로딩 속도와 한 박자 느린 트렌드 반응 속도를 비꼬는 전 세계적인 밈이다. 세상 모든 브라우저들이 최신 핫이슈를 다루고 있을 때, IE 아이콘 모양의 캐릭터가 뒤늦게 혼자 등장해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당시는 한여름) 혹은 "충격 소식!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대요!"(수년 전 일)라고 한 박자 늦은 충격 선언을 던지는 슬픈 자조 드립이다.

3.2.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진짜 묘비

2022년 IE 정식 퇴출 소식이 전해지자,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한국인 개발자가 사비를 털어 실제 돌로 된 IE 공식 묘비를 깎아 카페 옥상에 세우는 미친 기행을 저질렀다. 묘비명에는 "He was a good tool to download other browsers. (그는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하기에 좋은 도구였다.)"라는 뼈 때리는 문구를 각인해 외신(로이터, CNN 등)에 대서특필되는 영광(?)을 누렸다.

4. 여담

  • 숨겨진 사망 확인 사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 6월 15일부로 윈도우 업데이트를 통해 IE의 단독 실행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제는 IE 아이콘을 눌러봐도 굴욕적(?)으로 최신 엣지(Edge) 브라우저가 강제 실행되어 열리도록 시스템적으로 가석방 없는 처형을 집행했다.
  • 윈도우 95의 영광의 주역: 처음 출시되었던 1995년 당시에는 디스켓 몇 장에 담겨 배포되었으며, 넷스케이프라는 절대강자를 쓰러뜨리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천재 개발자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하드코어 야근을 조져가며 만든 영웅적인 역작이었다. 그 결말이 전 세계 개발자들의 만인의 적이 될 줄은 당대 개발진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 사라지지 않는 구형 기기들의 유령: 일반 PC에서는 IE가 사라졌으나, 여전히 전 세계의 구형 ATM 은행 단말기, 오래된 정수 정밀 의료 기기, 구형 지하철 제어 콘솔 등 구식 임베디드 윈도우 OS가 탑재된 기기들 내부에서는 시스템 연동을 위해 이 IE 엔진이 유령처럼 심장부에 조용히 남아서 기동하고 있다.3

5. 관련 문서

각주

  1. 실제로 IE 전용 마크업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들이 막대한 추가 비용(크로스 브라우징 외주 비용)을 수억 원씩 지출하는 국가적 비효율을 낳았다.

  2. 아이러니하게도 액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마저 '보안에 극도로 취약하다'며 수년 전에 사용을 금지했던 레거시 유물이었다.(...)

  3. 이 임베디드 장비용 운영체제 연동을 위해 윈도우 11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브라우저에는 구형 웹 랜더링 엔진(Trident)을 흉내 내 구동해 주는 'IE 호환 모드'가 옵션 사양으로 비참하게 유지되고 있다.